대상 수상: 없음 단편 부문: 배연우의 「탐정, 수정」, 김정의 「뜻대로 하세요」, 이선의 「불쾌한 진실」 비평 부문: 없음

올해의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에서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을 뽑지 못했습니다. 호러와 판타지 등 타 장르와의 결합, 민속학 미스터리, 실화 르포 형식의 미스터리 등 다양한 성격의 응모작들이 들어온 가운데 검토를 거듭했지만, 편집부 전원의 찬성을 모은 작품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비평 부문에서도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평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장르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작만큼이나 비평에도 야심 있는 필자들의 등장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척 아쉬운 결과입니다. 대신 단편 부문에서는 세 편의 수상작이 선정되었습니다. 배연우의 「탐정, 수정」, 김정의 「뜻대로 하세요」, 이선의 「불쾌한 진실」입니다. 「탐정, 수정」은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을 연상시키는 안티 미스터리 기조로 꾸려진 이야기입니다. 가짜 진상을 제시하는 탐정과 수정된 진상을 제시하는 탐정이 등장하며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내용을 통해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뜻대로 하세요」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섞이는 와중에도 사건의 전말까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힘이 있었습니다. 「불쾌한 진실」은 현대판 셜록 홈스와 존 왓슨 역할을 담당하는 두 주인공이 빠른 템포로 치고 빠지는 대화의 유머 감각이 돋보입니다. 국내 작품뿐 아니라 번역작들까지 포함하여, 매달 서점 신간 매대에 쌓여가는 미스터리 작품들의 구조는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범죄가 발생하고, 누가/왜/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의 과정을 추적하고, 마침내 답을 찾아낸다는 기본 구조 내의 변주이지요. 동일한 구조 내에서 어떻게 변화를 주며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느냐가 ‘장르’ 소설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할 때, 이중에서 가장 자주 시도되는 방식이라면 역시 캐릭터의 변화일 것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발굴, 이 장르에서 잘 보지 못했던 종류의 새로운 얼굴을 등장시키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구조에서 이야기와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탐정, 수정」, 「뜻대로 하세요」, 「불쾌한 진실」은 스토리의 안정적인 전개와 더불어 캐릭터의 조형 양쪽에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들입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 이 인물들의 숨겨진 전사는 무엇일지, 이들이 앞으로 다른 연작들에서 어떤 식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지 궁금해진다는 측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들은 2024년 5월 말에 발간될 《미스테리아》 51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두 호의 짧은 휴식을 갖고 돌아오게 될 《미스테리아》의 새로운 에너지로 충분히 작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년의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전을 통해서도 더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길 고대합니다. 저희는 언제나 새로운 작가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