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수상: 이소민, 정은수 (공동 수상) 단편 부문: 김묘원, 한새마, 박태훈 비평 부문: 전혜진

사실, 올해는 좀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비평 부문을 제외하고는 장편과 단편 모두 당선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규모도 작은데다 우편으로만 응모를 받는 탓에 전체 응모작 수가 많은 편은 아니라, 올해도 수상작이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공모전을 보류해야 하나 싶은 걱정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고민을 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작년보다 응모작 수도 늘었고, 좋은 작품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대상 후보작으로 올린 작품의 수도 많아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죠. 공석이었던 작년의 보충을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우연찮게 대상은 두 작품이 공동으로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소민의 『영원의 밤』입니다. 어느 예술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진상을 파헤쳐가는 이야기인데, 음산하면서도 흡입력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습니다. 미스터리치고는 꽤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도 캐릭터를 활용하는 솜씨가 뛰어나 독서 집중력이 떨어지게 두지 않습니다.

다른 대상작 정은수의 『다른 남자』『영원의 밤』과는 확연하게 다른 색깔의 작품입니다. “일본의 추리소설만큼 문장이 간결하고 스토리 전개가 빠를 것”이라는 기획 의도의 말이 잘 어울리는 미스터리로, 작가의 목표처럼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사건에 집중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현재 다시 불거진다,라는 설정은 미스터리 독자에게 익숙할 테지만, 그런 설정의 익숙함만큼이나 가독성도 높습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특징 탓인지 저는 이누이 구루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가 떠올랐지만 방향성은 많이 다릅니다.

아마 『영원의 밤』『다른 남자』가 비슷한 스타일이었다면 둘 중 하나만을 대상작으로 선택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묵직한 영미 스릴러 작품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하나는 속도감 있는 일본 미스터리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공동 수상을 결정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내년(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단편 부문에서는 모두 세 작품이 당선되었습니다. 김묘원의 「고양이의 제단」은 청소년 소설을 써온 작가의 경험이 작품에 물씬 묻어나 단연 주목을 받았습니다. 으스스한 도입으로 시작해 깔끔하고 상쾌하게 마무리되는 이 작품은 십 대의 심리와 행동을 잘 표현한 학원물이자 일상 미스터리로, 후속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새마의 「죽은 엄마」는 국내작으로는 보기 드문 본격 경찰물입니다. 강력계 여자 형사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는 다소 거칠지만 경찰 조직의 모습을 시작으로 사회문제까지 짚어가는 정통 경찰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단편 부문의 마지막 한 편은 박태훈의 「자율주행 시대의 사고조사원」입니다. 올해는 유독 SF 작가의 응모가 많았는데, 일반 미스터리에서 보기 힘든 SF 설정에 미스터리를 가미하여 새로움을 불어넣었습니다. 「자율주행 시대의 사고조사원」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었습니다. AI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끝까지 잘 고수하여 SF와 미스터리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모두 잡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비평 부문에서도 당선작이 나왔습니다. 추리소설의 미학과 세계관을 살핀 자유 비평과 엘러리 퀸의 『노파가 있었다』를 다룬 작품 비평으로 고전 추리소설에 주목한 전혜진의 비평을 뽑았습니다. 조금 더 넓은 시야가 아쉬웠지만, 미스터리 장르가 갖고 있는 세계관의 근본적인 지점을 집중하여 들여다본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단편 및 비평 부문 당선작은 2020년 1월에 발행될《미스테리아》 28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를 맞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응모작을 심사하며 볼 수 있었던 특징은 기성 작가분들의 응모가 많았다는 것, 그중에서도 SF 작가의 응모작이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본선 심사(대상 후보작)에 오른 작품들은 작년에 비해 작품의 안정감이 높았습니다.

또한 응모작을 통틀어 제가 경험했던(심사에 참여했던) 다른 공모전들에 비해 여성 작가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물론, 응모 서류에 성별이 표시되는 것은 아닌지라 작가 이름과 작품 성격 등으로 비추어 짐작한 ‘느낌적 느낌’일 뿐입니다만.

내년에도 좋은 응모작들을 많이 만나 흥분하며 심사하기를 벌써부터 바랍니다. 올해도 고생하셨고,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