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수상: 한필, 『닿지 않는 얼굴』 (『마지막 소년』(레이먼드 조 지음)으로 출간) 단편 부문: 현찬양,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비평 부문: 없음
올해로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이 4회째를 맞이했습니다. 매회 작품들을 읽다 보면 모종의 편향성들이 조금씩 보이는데, 이를테면 지난 3회에서는 SF 작가의 응모가 많았다든지, 2회 때는 응모작 가운데 본격 미스터리 장르가 많았다든지 하는 것처럼요. 이번에는 '폭력과 섹스'를 주요 소재로 한 작품들이 눈에 자주 띄었습니다. 물론 작품 안에서 모두 같은 형태로 쓰인 것은 아니었지만요. '코로나 블루'의 반작용 같은 것일까요? 또 한 가지는 안정적인 작품들의 비율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앞선 미스터리 대상 응모작들에 비해 작품의 편차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 줄어든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올해 대상작은 한필의 『닿지 않는 얼굴』에게 돌아갔습니다. 『닿지 않는 얼굴』은 이른바 '한국식 누아르'입니다. 줄거리와 설정만 가지고 심사를 했다면 엘릭시르 편집부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해 수상 후보 목록에서 멀리 밀어냈을 것도 같습니다. 매우 통속적이고, 영화에서도 많이 본 것 같은 구조거든요. 그것을 덮어버리는 게 캐릭터입니다. 다소 뻔해 보이는 설정과 구태의연한 소재가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만,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에 몰입하여 읽는 동안 다른 요소들은 재미 뒤편으로 사라져버립니다.
바깥에서 보면 일부러 이렇게 뽑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1회부터 지금까지 대상 수상작의 (서브)장르와 작풍은 제각각입니다. 1회 수상작인 박하루의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는 시종일관 경쾌함과 발랄한 리듬을 유지하는 본격 미스터리였고, 3회 수상작인 이소민의 『영원의 밤』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날카로운 사회파 미스터리 학원물, 정은수의 『다른 남자』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벌어지는 청춘 연애 서스펜스였습니다. 이번 수상작을 포함해 공통점이라면 작품의 '개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 제각각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저희의 눈에 밟힐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캐릭터'의 색깔이 가장 선명했고요.
단편 수상작은 현찬양의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입니다. 미스터리 성격보다 괴담의 성격이 짙은 편입니다만 즐겁게 읽힌다는 점에서, (작가도 기획하고 있는 듯하지만) 연재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만장일치였습니다. 시대적 분위기와 공간적 특징을 잘 살린 설정을 바탕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제법 많은 분량의 단편인데도 몰입도를 높입니다.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의식한 탓인지 후반부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만 연재를 통해 보완할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